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이 드라마는
나와 우리 부모님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 집은 제주도는 아니지만 전북 고창군에서도 가장 오지마을이어서 문명이 가장 늦게 도착하는 곳이었다.
우리 부모님은 16세에 결혼하여 슬하에 일곱 남매를 두셨는데 가난이 어찌나 심했던지 내 위로 여섯 형제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고 막내로 태어난 덕분에 집안 형편이 좀 나아져 나만 대학을 다녔다.
운이 좋았던지 나도 서울대학교에 들어갔다.
그때가 1983년이었으니 개천에서 용 났다는 시절이었다.
난 참 부담스러웠다.
대학교에 가보니 전부 난다 달린다 하는 놈들이 모여 있어 나의 대학생활은 늘 우울했다.
돈이 없어 옷을 멋들어지게 입을 수도 없고(남자친구 없었음)
학점도 낮아 자존감도 떨어지고(미팅도, 동아리도 안 해봤음)
점심도 맨날 깡통식당에서 고무줄같이 질긴 분식으로 때우고
도서관에도 자리가 없어 빈 강의실 찾아다니며 공부하고...
그런데 주변에서는 서울대학교 다닌다고 나를 숭배하고 있었으니....
돈 없고
집이 지방에 있으면서 서울대학교 다닌다는 것은 참 빛 좋은 개살구라고나 할까 ㅜ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를 보는 내내 감정이입 되어 눈물이 줄줄 흘렀다.
95번 버스가 지나다니는 신림동 풍경에
고생하신 부모님 생각에
못되게 군 나의 행실에...
그리고 관식의
우직함에, 정직함에, 성실성에, 자식사랑에, 아내 사랑에 감동하면서도 자신을 위한 삶은 없어 그의 생이 불쌍하여...
애순의
자식 사랑과
모진 삶 앞에서 포기하지 않는 모성애에 감동하여....
아이를 갖게 될 미래의 부모들에게
아이를 기르고 있는 현재의 부모들에게
아직 부모님이 살아계시는 아들 딸에게
함께 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이 드라마는 해답을 제시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뿌듯한 드라마 만들어주신 관계자 모두에게 깊은 감사드립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