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남파랑길 걷기 20일째(창선교 지족마을~적량마을. 38코스. 13.2km. 21,348보. 남해군)-2025.03.31.월. 날씨:화창

soonhee 2025. 3. 31. 11:14

걷는다.
본다.
듣는다.
한 발 옮길 때마다 풍경이 새로 다가온다
끝없이 바뀌는 로드무비를 보는 듯하다.

다리도 보고
하늘도 보고
구름도 보고
바다도 보고
배도 보고
죽방렴도 보고
윤슬도 보고
등대도 보고
어부도 보고
농부도 보고
포클레인도 보고
집도 보고
정원도 보고
마을도 보고
밭도 보고
나무도 보고
꽃도 보고
풀도 보고
나그네도 만나고
느리게 걷는 할머니도 본다.
벚꽃이 터졌다.
진달래도 만개했다.
간판도 본다.
문 닫은 가게가 많다.

창선교
낚시펜션
죽방렴
복숭아 농장
자운영


귀는 듣고
다리는 걷고
눈은 보고
머리는 생각하고
입은 닫혀 있다.
날마다 꽃들이 더 많이 피어나고 있다.
나무 색깔도 달라져 간다.

지난해의 흔적
삶은 고사리를 말리고 있다
오방색 가드
홍가시나무
서울제비꽃

남해군에 들어와서 걷는 남파랑길은
남해군에서 먼저 만들어놓은 남해바래길과 겹쳐 있었다.
해서 리본색도 다르고 방향표시판도 다르다.
리본색깔이 좀 촌스럽고 바탕에 무늬까지 있어서 깔끔하고 심플한 것을 좋아하는 나는 눈에 자꾸 거슬린다.
하지만 어찌나 촘촘하게 매달고 붙여놨던지 걷는 내내 그 수고로움과 자상함에 감사한 마음이었다.


걷기를 마치고
'백녀유자^ 가게에 들러 선물로 줄 유자액 10개랑 유자몽액 1개 사서 차에 싣고
나라네랑 낙전오빠, 선하네 집에는 유자액과 유자몽액 세트를 택배로 보냈다.

그리고 중국집 들러 점심 배불리 먹고


캠핑카로 돌아와 씻고 휴식 중....

가만히 생각해 보면 뭐하러 이렇게 날마다 쉬지도 않고 힘들게 걷고 있나 싶은데,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마치 매일 회사에 가는 사람들과 똑같은 일상을 살고 있는 것인 듯...

일어나면
오늘 길은 어떨까
얼마나 걸어야 끝날까
무엇을 보게 될까
어떤 맛있는 메뉴를 만날까
기대하게 되고

걷기를 마치면
걷기를 잘 마친 내가 대견하고
그래서 뿌듯하고
오늘도 잘 보냈구나 만족스럽고
또 걸을 수 있는 길이 남아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고
튼튼한 다리를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하고
함께 걸어주는 홍배가 곁에 있음에 고맙고
원하는 여행을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나의 환경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