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

홍배 돌아온 날 (2023.03.29.수)

soonhee 2023. 4. 1. 12:34

약 20일 간 캠핑카를 타고 자전거 여행을 했던 홍배가 집으로 왔다.

반가움 보다는 둘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그가 집을 비운 나이 내가 저질러놓은 일들이 수도 없이 많았기 때문....
아니나다를까 홍배의 잔소리가 시작되었다.
내가 뒷마당 쎄멘을 안 깐 이유가 뭔지 아느냐,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렇게 일을 저질렀으니 두고봐라, 올겨울 당장 얼어터져서 가루가 되고 말 터이니....
내가 입던 작업복은 어디 있냐- 버렸는데...
내가 신던 작업화는 어디 있냐- 그것도 버렸는데...
뒤에 놔뒀던 빨간 배낭은? 그것도 버렸어...
모기 없애는 방제약은 어디  뒀어- 몰라, 그건 손 안댔는데....
홍배, 전구가 나갔어!
홍배, 거울 걸게 못 좀 박아줘- 그거 내가 버리라고 했지, 파싹 쨍그랑! 결국 거울은 내다버려졌다.
홍배, 일인쇼파 충전재 넣어야 돼- 다시는 이런 거 사지마, 내다버려!

날마다 내가 버렸던 것들이 하나씩 발각될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 홍배 앞에서 너무 미안해 할 말이 없다. 우리 둘이는 이렇게나 성향이 다르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나 몰라...

그리고 시작된 쪽파 다듬기...
아침에 왼쪽 윗입술이 뭉찍한 느낌이 있더니 바로 수포가 네 개나 올라왔다. 그 동안 누적된 피로가 얼마나 컸으면...
주말에 아들들이 오기로 되어있어서 마음이 바쁜데 입술이 터졌으니....
홍배는 쪽파를 얼마나 많이 뽑아왔는지 종일 다듬어도 굴지도 않고 결국 방으로 들여와 밤까지 다듬고서야 끝이 났다.

모든 것을 그대로 두고 바로 잠속으로...
아이고 되다,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