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가을 내장산(2022.11.07.월.입동)










단풍의 절정기
코로나가 풀어진 요즘, 주말에 갔다가는 사람들 속에서 밟혀죽을까봐 일요일 저녁에 출발했다.
오후 4시쯤 출발했는데 서천읍내 다 갈 즈음 김치를 놓고 온 게 생각나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왔더니 내장산에는 어두워져서야 도착, 차들이 모두 빠져나간 무료주차장에 캠핑카 세워두고 하룻밤 보낸 후....
아침에 일어나보니 평일인데도 차와 사람들로 일찍부터 부산스러웠다.
우리도 아침을 챙겨먹고 오전 10시쯤 길을 나섰다. 주차장에부터 걷기 시작해서 자전거길 따라 가는데 자전거 타는 사람, 걷는 사람, 차 타고 가는 사람, 이미 도로는 차들로 가득해서 차들은 걷는 우리보다 늦고....
단풍은 거의 끝물이어서 환상적이기까지는 아니었어도 꽤 볼 만했고 약간 산속으로 들어가보니 그곳은 더 아름다웠다.
가다 쉬며 간식 먹고 또 쉬고 산중에 있는 휴게소에서 잔치국수랑 막걸리도 한 병! 그래서 홍배는 걷는 내내 배불러 힘들어했다.
이번엔 산행이 아니라 평평한 길로만 다닐거라 스틱을 챙기지 않았는데 마지막에 서래봉을 등산하는 바람에 밤에 발목과 무릎이 조금 아팠다.
서래봉을 지나 우리차를 세워둔 주차장으로 내려와 씻고 저녁을 먹으러 나섰다. 홍배가 낮에 마셨던 막걸리의 취기가 남아있어 차를 운전할 수 없으니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으로 찾아갔는데 하필 그 집이 오늘과 내일 이틀간 휴업한다는 쪽지를 붙여놓고 문을 열지 않았다, 이런 젠장.....
그런데다 주변엔 식당이 전혀 없고 주차장 주변에 놀장이 열렸길래 가봤더니 먹을 만한 것은 없어보였고 옆에서 어찌나 큰소리로 노래부르고 반주가 시끄럽던지 도저히 있을 수가 없어 그냥 차로 돌아와 컵밥으로 저녁을 떼웠다.
하루에 걸은 양이 많았던지 식사 후 바로 자리에 누웠는데 잠은 깊이 들지 않았다. 그렇게 눈 감고 '전기현의 세상의 모든 음악' 두 시간 듣고 조금 있다가 결국 드라마 '슈룹' 을 보고 잤다.
미국 la에 살고 있는 효숙이를 위해 단풍사진 몇 개 톡에 올렸더니 너무 예쁘다며 감탄했다, 늘 내 덕에 예쁜 단풍 해마다 보게 된다고....
가을단풍길도, 하얀 눈길도 걸어보고 싶다고.....
사람은 사는 동안 모든 걸 누릴 수는 없다는 걸 새삼 또 생각하게 했다.
효숙이가 사는 곳은 사시사철 살기에 가장 알맞은 온도에다 비도 없고 눈도 없는 곳이어서, 우리나라 처럼 너무 덥고 너무 추운 계절이 너무 긴 이곳에 사는 나는 늘 그곳에 살고 싶었는데...
하나를 가지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하는 것, 늘 불균형 속에 사는 것, 늘 불만족 속에 사는 것, 그것이 삶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