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

큰아들 이겨레 생일(2023.10.11.수)

soonhee 2023. 10. 11. 22:38

1990년 오늘 겨레가 탄생했다.
그날 오후 5시에 아이가 나왔는데 산부인과 여자의사는 7시까지 나를 침대에 눕혀 놓은 채 일반진료를 봤고 그 이후에 태반을 빼내고 상처를 꿰맸다.
난 두 시간 내내 수술대 위에 누워 추위에 떨었고 상처를 꿰맬 때는 아이를 낳는 것보다 더 아파서 죽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밤 난 밤새 불안에 떨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날 이후 난 자유의지가 작동될 수 없는 폐쇄된 공간에 있지 못하게 되었다.
처음엔 그 여자의사 때문 일거라 생각했고 어떻게 책임을 물을까 기나긴 세월 복수심에 불타올랐었는데 지금은 단지 그날 그일 하나로 내가 이런 병을 얻게 된 건 아니겠구나 하는 결론을 내렸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올해 34세가 된 큰아들은 생일날 미역국 얻어먹는 것이 어렵다.
우리랑 멀리 떨어져 살기 때문인데 오늘은 무려 독일 함부르크에서 생일을 맞았으니...

몸 건강하고
정신 건강하고
제 할 일 잘하고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이
잘 살고 있어서 감사하고 고맙다.

겨레, 탄생을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