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산 단풍구경/15,900보 (2023.11.06.월)
바야흐로 단풍철이다.
어딜 가도 차가 넘쳐나는 시절이라 캠핑카를 원하는 곳에 주차하려면 새벽부터 길을 나서야 한다.
하지만 늦잠꾸러기 부부는 그럴 의사가 없다. 해서 일요일 오후에 길을 나섰다.
먼저 저녁밥 대신으로 서천읍내에서 추어탕 한 그릇씩 하고 가장 차가 적은 선운산으로 향했다.
와~~~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한여름 장마철 마냥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장대비가 쏟아지는 게 아닌가!
어찌나 무섭던지, 괜히 길을 나섰나 후회가 되었지만 절대 도중에 계획을 변경하거나 그만두는 일은 없는 홍배니까 아무 말없이 뮤지컬 연습만 열심히 하는 척했다.
다행히 선운산 가까이 올수록 빗발은 약해졌고 무사히 주차장에 도착, 일찍부터 잠자리에 들었다.
밤사이 간간이 일어날 때마다 굵은 빗방울이 차창을 두드려대고 거센 바람에 차가 흔들거려 내일 단풍 보기는 틀렸구나 했는데....
아침이 되자 비가 그치고 바람도 잠잠해지더니 구름 사이로 간간히 해도 나타나고 파란 하늘도 보여 단풍구경 날씨로는 아주 좋았다.
그런데 올해 선운산 단풍은 보잘것이 없었다. 한 번도 우리를 실망시킨 적 없는, 단풍의 절대강자, 선운산 단풍이었는데...
아직 물들지 않은 잎들이 많은 것으로 봐서 올 단풍은 좀 늦게 물들 듯...


입구 쪽 단풍이 보잘것없자 위쪽 도솔암 쪽은 좀 낫겠지 희망을 가졌었는데 그곳도 마찬가지여서 내려올 때는 맛있는 점심 먹을 생각으로 방향을 돌렸다.
점심을 언제 먹느냐
무얼 먹느냐
백양사로 넘어가느냐 마느냐
여러 가능성을 놓고 설왕설래하다가
마침 눈앞에 꼬막비빔밥 하는 식당 발견!
그곳에서 꼬막비빔밥과 막걸리 한 병으로 배부르고, 맛있고, 행복하고, 취해서 기분까지 최고조가 되었다.
후식으로 달콤한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오늘은 그냥 여기서 쉬기로....
차로 돌아와 무려 세 편의 드라마(힘쎈 여자 강남순, 무인도의 디바, 스물다섯 스물하나) 보고 씻고 누웠다.
밤이 되자 또 비와 바람이 시작되었다.
바람이 어찌나 쎈지 이 거대한 캠핑카가 흔들흔들한다.
이러다 넘어지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