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군립합창단 정기연주회 (2022.12.10.토.오후 5시 30분)



와아~~수준이 이렇게 높을 줄 몰랐다.
사실 기대하지 않았다.
그냥 합창곡으로 어떤 곡을 부르는지, 합창을 생음으로 듣을 기회다 싶어 갔던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오지 않은 것에, 우리 동아리팀 모두에게 홍보하지 않은 것이 못내 아쉬웠다.
다음주에 온다는 알리와 쎄시봉 가수들 공연에는 이 공간이 미어터질 듯 사람들이 몰려들 게 뻔한 데.... 지역예술가의 공연은 나처럼 수준을 낮게 보고 미리 배척을 하는 심리, 이거이거 없어져야할 고정관념!
어제 낮시간에는, 축구보느라 새벽에 자기 시작한 홍배 없이 나홀로 자유시간을 맘껏 누려 좋았다.
모처럼 책을 읽었는데 정말 문장도 좋고 정서도 맞고 내용도 좋아 한껏 빠져들었다. 그 작가의 책을 더 사서 봐야겠다 생각하며.....
그리고 늦은 오후 홍배와 한 끼를 챙겨먹고 공연 시간에 임박해 서둘러 집을 나섰는데 공연장에 도착해보니 사람이 너무 없었다. 아니 아무리 지역행사라도 그렇지 이렇게 객석이 텅텅 비어있어서야, 쯧쯧...
그런데 알고보니 내가 공연 시간을 잘못 알고 온 것, 30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해서 꼼꼼히 안내책을 읽고 방탄 동영상도 보고....
드뎌 공연 시작!
하, 그런데 김 빠지는 일이 발생했다.
왜 지역축제에서는 이런 짓을 그만두지 못할까?
연주회는 연주만 하면 되지, 왜 참석한 내빈들이랍시고 군수, 군의원 등을 소개해야하며 군수 인사말을 왜 꼭 들어야만 하는지 정말 화가 치밀어 올라 기분이 엄청 나빠졌다. 영혼에도 없는 말을 지가 쓴 것도 아닌 글을 줄줄 읽는 것이 왜 필요한지 난 정말 알 수 없다, 이런 행위는 관객 모독이 아닐 수 없다. 에이, 다시는 제 시간에 안 올거야!
합창이 시작되었다.
헌데 합창을 하는데 가사를 외워서 부르는 게 아니라 가사집을 들고 부르는 게 아닌가! 앞에서 지휘자는 열심히 지휘하는데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은 모두 가사집을 보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었다.
이게 요즘 트렌드인가?
하도 변화가 빠른 세상이라 나만 모르고 있는 건가?
그렇다하더라도 나는 이해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거 하나 옥에 티를 빼면 공연은 정말 훌륭했다.
성량도 풍부하고 듣기에 조화로웠고, 특히 남성중창은 그 큰 공연장을 쩌렁쩌렁 울릴 만큼 성량들이 크고 노래도 잘해서 전율했다. 다들 성악을 전공한 사람들 같았다.
기립박수를 보냈다!
마지막 파트에서는 세종예고 밴드 '트리플템포'도 참여해 멋진 무대를 보여줬다.
참, 첫 파트에서 등장한 '엘렉톤'이라는 악기는 그 악기 하나로 오케스트라 소리를 다 내고 있었는데 내가 듣기에는 소리가 좀 허접하다는 생각...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사람도 적고 차도 적어 무엇에도 시달리지 않으며 맘껏 예술에 접할 수 있다는 것, 내겐 축복이다!
사실은 올해 초 군립합창단원 모집을 보고 오디션에 가볼까 했다. 그러다가 가요동아리 만든다는 말에 마음을 접었었는데 이번 합창단 노래 실력을 듣고서 안 나가길 잘했다 싶었다.
지금은 목소리가 점점 가라앉아 가요조차도 부르기에 벅찬데 저렇게 맑고 고운 음을 내야하는 합창곡을 어찌 부를 수 있었겠는가!
다 때가 있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