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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단아하고 담백한 내소사와 능가산(2022.11.11.금)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 부안 내소사를 가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차를 몰아 내소사 주차장에 도착, 그때부터 차 안에서 아침 먹고 단장하고 오전 11시쯤 내소사 입장!
국립공원 입장료가 없어졌다지만 그건 말뿐이고 모두 입장료를 받고 있는데 여기도 예외가 아니어서 1인당 4,000원씩....주차비는 시간당 계산해서 나올때 하이패스로 결제 가능!

내소사는 매표소부터 절 입구까지 울창한 전나무로 유명한 곳인데 전에 봤을 때는 그 길이 꽤 길다 느꼈었는데 오늘은 대개 짧고 나무도 그리 감동적이지 않은데다 다른 절들의 진입로가 긴 반면 유독 진입로가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단풍도 없고 잎들이 다 말라서 볼 것이 없어 실망을 했는데...

그런데 막상 절 안으로 들어가보니 전체 분위기가 너무 좋고 건물마다 화려한 단청을 입히지 않아 담백하고 단아하고 깔끔하고 정감있고 차분하고 소박한 느낌....
내겐 그런 느낌들이 참 좋았다.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햇볕이 쨍쨍하여 어디 서늘하게 앉아 있기 어려웠고 빨리 이동하려는 홍배 때문에 바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등산로로 들어서 내소사를 둘러싸고 있는 능가산 관음봉을 향해 걸었다. 가을인데, 입동도 지났는데 날씨가 왜이리 더운지, 추울 줄 알고 죄다 두꺼운 옷을 가져오는 바람에 이번 여행 내내 더위와 대결 중....
땀을 뻘뻘 흘리며 걷다가 문득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 산을 오르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단풍도 없고 긴 가뭄으로 흙먼지가 폴폴 날리는데다 덥고 힘든데 왜?
이유는 단 두 가지....
집에 가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까, 또 한번도 가보지 않은 산에 대한 호기심으로....
오르면서 제법 가파르고 높다 생각했는데 관음봉 정상에 가보니 겨우 424m....
거기서부터는 거의 내리막길이어서 쉽게 등산을 마쳤다.

이런 더위에 평일인데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반가웠다!
다른 산에서는 거의 사람들 만나는 일이 없었기 때문....
산을 거의 내려갈 무렵 반대편에서 올라오던 어떤 부부가 우리 같은 경험을 하셨던지 우리를 보더니 너무 반가워 하시면서 싱싱한 오이 하나 건네주고 가셨다. 고마웠습니다, 복 많이 받으소서^-^

산을 내려와 바로 차를 몰고 간장게장 잘하는 식당으로 이동...
너무 배가 고픈데다 게장이 너무 맛있어 밥 한 그릇 추가,국 한 그릇 추가해서 정신없이 먹었다.
간장게장 1인분 28,000원, 잘 먹었습니다!

집으로 오는 길은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왔는데, 벼가 베어진 빈 논마다 하나같이 형형색색의 마시멜로가 만들어져 있어 하나의 커다란 설치 미술을 감상하는 느낌이었지만 한편으론 그 많은 비닐은 다 어떻게 처리되나 걱정도 되었다.

6박 7일간의 여행에서 남은 것은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와 뒷정리...
여행 중 인간은 자연에 서식하는 동물과 똑같은 하루를 보내게 된다는 걸 느끼면서 그들의 삶이 무척 부러웠다.
일어나 먹고, 싸고, 놀고, 또 먹고, 씻고, 사랑하고...그것의 무한반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