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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태안 해변길: 몽산포해수욕장~백사장항(제4코스, 솔모랫길, 약 12km)(2022.10.27.목)

아침 7시 kbs 클래식 fm 93.1을 듣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 .
홍배는 늘 나보다 일찍 일어나 햇반 두 개 레인지에 데우고 뼈국물 한 봉지 데워서 종이대접에 둘로 나누고 집에서 가져온 김치 두 가지를 넣은 후 밥 먹으라며 나를 일으켜 세운다.
그러면 나는 마지못해 일어나 밥을 통채로 국에 말아 아그적아그적 잘도 씹어 넘긴다. 그 동안 커피물이 끓여지고 밥 먹음과 동시에 커피를 마시며 초코파이 한 개를 더 먹는다.

밥이 끝나면 양치질, 약 먹기, 화장실, 얼굴에 썬크림, 이불개기, 옷입기, 홍배는 물통에 물채우기....
그리고 걷기 출발....

캠핑카를 몽산포해수욕장 주차장에 세워두고 내 차를 세워둔 백사장항을 향해 걷는다. 처음 와보는 몽산포해수욕장은 규모가 지금까지 봤던 것들의 역대급이었다.
주차장도 새것으로 쫘악 깔았고 화장실도 번쩍번쩍, 주변에 편의점도 여러 개, 어딜가도 빽빽하게 지어진 펜션은 말할 것도 없고 야영장 규모도 어마어마, 모래사장 길이와 넓이도 어마어마....주말에는 사람과 차들이 얼마나 몰릴지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것....
그 넓은 모래밭 너머 물이 나간 자리 따라 점점이 사람들이 엎드려 조개를 캐는 모습이 보였다. 바다는 그런 존재인 듯하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끊임없이 파가고 잡아가도 끊임없이 만들어 퍼주는 존재.....

그런 바다를 따라 걷는 길은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 해송 사이로 편편하고 걷기 좋은 흙으로 되어 있었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걷기에 딱 좋은 날, 아름다운 길을 원없이 걸었다.
가는 곳마다 화려하고 멋진 펜션은 느무느무 많은데 밥 때가 되었어도 어디 편하게 앉아 맛있게 먹을 식당은 눈 크게 뜨고 찾아봐도 없었다.
해서 오늘도 점심 대용으로 감, 사과, 바나나, 두유, 사탕, 카스타드, 커피, 과자, 물로 떼우고 백사장항에 와서야(오후 3시) 점심 겸 저녁을 먹었다.

백사장항은 꽤 큰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서 수산물도 많고 상가도 많고 관광객도 많았다. 해서 그 중 한 식당에 들어가 해물라면(2인분 24,000원)과 튀김(15,000 원)을 시켰는데 오늘도 역시 만족스럽지 못했다.
조개는 늘 해감이 덜 되었고 해물은 누가 먹다 남긴 것을 넣은 것 같고 꽃게도 전혀 안 싱싱한 티가 나고 튀김은 부피를 늘이기 위해 맛없는 칠개튀김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조개찜을 먹겠다고 우겼지만 홍배의 완강한 반대에 포기했고 상호가 요란한 식당은 절대 안가겠다는 다짐을 지키지않아 결국 배만 부르고 마음은 상한 식사를 하고 말았다.

그러나 후회한들 소용 없는 일, 빨리 잊고 길을 나섰다.
오늘 머물 곳은 해변길 제 1코스 시작점 학암포해수욕장!
몽산포에서 차로 약 40분 정도의 거리, 꽤 먼 거리였고 태안에서 처음 가보는 외진 곳이었다. 시골로 깊숙히 들어가는 느낌, 뒤에 아무 차도 따라오지 않았고 도착해보니 근처에 태안화력발전소가 있었는데 해수욕장은 규모가 아주 작고 모래도 별로 고와 보이지도 않았는데 세상에나 주변에 온통 숙박시설로 꽉 들어차 있고 주차장도 변변찮고 곳곳에 돈내는 야영장만 수두룩!
서울에서 가까운 곳일수록 돈 되는 것들로 가득차서 우리 처럼 그냥 차를 세워두고 맘 편히 자고 싶은 사람들은 발도 들이기 힘들게 만들어져 있었다.

해서 내 차를 그곳에 두고 캠핑카를 끌고 신두리해수욕장으로 왔더니 의외로 넓고 한적한 주차장이 있어 오늘은 여기서 쉬기로....

도착해서 모래예술작품도 보고 슈퍼에서 커피랑 소떡소떡, 붕어빵을 사가지고 차로 들어와 씻고 쉬고 있는데 이곳에 우리밖에 없어서 쫒겨날까봐 약간 불안하다.
잘 지나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