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천읍내로 출발하려고 밖으로 나와 보니 눈이 많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탐스러운 함박눈이 하늘에서 계속 쏟아지고 있었다.
차 위에 있는 눈들은 가벼운 솜털처럼 한번의 비질로 모두 날아갔다.
마을 맨 뒷쪽 2층집 동네분들 셋이 나오셔서 눈을 치우고 계셨다.
늘 고맙습니다!
내가 차를 끌고 나가는 걸 보시면서 나중에 어떻게 들어오려고 나가느냐며 걱정해주시는데....
저도 안 나가도 되는 일이라면 안 나갈텐데 초등학교 수업을 하기로 한 날이라 어쩔 수 없이 나가고 있노라고 길게 말할 수 없어 그냥 웃으며 차 놓고 걸어오죠 뭐, 대꾸하고 말았다.
길은 아무도 가지 않아서 그닥 미끄럽지 않았고 큰 길로 나오니 제설이 좀 되어있어서 운전 할 만했다.
그런데 서천읍내 들어서는 입구부터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서 앞으로 나아가지를 않았다. 이런 속도라면 학교에 너무 늦게 도착할 것같아 차를 바로 도로 옆에 세워두고 걷기 시작했다.
아이들 앞에 서는 날이라고 치마도 입고 신발도 반부츠에 웃옷도 좀 얇은 것을 입었는데 설마 이렇게 높게 쌓인 눈길을 눈바람 맞으며 걷게 되리라 상상이나 했겠는가!
추웠다.
신발도 미끄러웠다.
눈이 신발 속으로 들어왔다.
바람 때문에 모자가 자꾸 벗겨졌다.
다행히 차에 있던 우산으로 바람을 막으며 부지런히 걸었다.
꽤 먼 거리였다.
해서 늦지 않게 학교 도착!
운동장에는 남자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서너 명씩 편을 먹고 눈싸움을 시작했다, 눈이 와도 근심없는 너희들은 좋겠다.
9시 10분부터 1교시 시작!
먼저 원으로 서서 저번에 해봤던 '날 따라 해봐요 요렇게' 노래에 맞춰 두 번씩 해보고, 조별로 흩어져 두 조는 햇빛으로 전기에너지 만들기를, 다른 두 조는 바람으로 전기에너지 만들기를 몸으로 표현해보기....
그리고 나중에는 두 조끼리 바꿔서 해보기...
끝으로 에너지송 노래 부르고 마무리.
아이들은 정말 순수하고 이해가 빨라 교사의 말을 금방 알아듣고 역할에 맞는 몸짓과 말을 만들어냈다.
태양이 되어보고, 구름도 되어보고, 비도 되어보고, 여름, 겨울, 아침, 저녁을 몸으로 표현해보고, 그 때 맞은편에 있는 아이는 태양광판이 되어 전기에너지가 얼마나 만들어지는지를 표현해보고.....
아이들이다보니 다소 소란스럽고 무질서하고 뛰어다니고 하지 않겠다고 빼거나 드러누워 있기를 좋아했지만 극놀이 시간이니 그런들 무슨 큰 문제가 되겠는가!
바람이 되어보는 몸짓과 풍력발전기가 되어보는 몸짓에서는 너무도 다양하고 기발한 몸짓을 보여주며 다들 즐거워하는 바람에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이렇게 다이나믹하고 끝없이 말을 해야하는 수업을 내리 세 시간 하고 점심을 먹는데 목이 아프고 목소리도 잠겨 단원 모두 기진맥진....
돼지갈비로 몸보신 하고 오후 나머지 한 시간을 여력을 끌어모아 영혼까지 불태운 후 마칠 수 있었다.
서천에 폭설경보가 뜨고 우리가 수업하는 중에도 눈은 펑펑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이제 집에 갈 일이 남았다.
일단 공차 한 잔으로 가쁜 하루를 숨고르기한 후 각자 흩어져 집으로 ....
두 명은 집이 읍내이니 걸어서,
한 명은 장항인데 버스 타고,
나는 자가용을 끌고 판교 등고리 산너울마을로, 제일 멀고 제일 골짜기에 집이 있다.
일단 마트에 들러 먹거리를 사서 들고 차 있는 곳까지 걸었다.
차 위에 두텁게 쌓인 눈을 치우고 시동을 걸어 차를 데운 후, 질척이는 눈길을 달리기시작....
도로에 눈이 있고 눈보라가 휘몰아쳤지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엑셀을 약하게 밟아 멈추지 않고 집 주차장까지 논스톱으로 도착!
얏호, 내가 해냈어!
휴우,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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