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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일

초복 지나고 닭백숙(2023.07.17.월)

지난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밖에 나가지 않고 집콕을 했더니 슬슬 몸이 근질거리던 차, 4인방 모임을 알렸다.

새로운 아지트에서 초복 기념 닭백숙을 끓여 먹고 회의를 한다는....
엥? 이 더운 날씨에 닭백숙을 직접?
아니, 닭백숙 하는 식당이 가까운 곳에 천지빼까리고 한 시간 전에만 전화해도 바로 먹을 수 있을 텐데, 복잡하게 판을 벌이겠다는 심사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몸만 가면 된다 하니 더 할 말도 없어 그러자고 했는데...

문제는 그 아지트가 물바다를 이루고 있었던 것!
건물이 오래되어 창틀이 벌어졌는지 모든 창문 아래로 물이 흥건했고 복도에도 물이 넘실거렸는데 그것은 배수구가 막혀 문틈으로 물이 역류한 것..

날은 습하고 더워서 먼저 온 두 사람이 걸레로 다 닦아내고 나니 온몸에 땀이 주룩주룩.... 닭백숙 덕에 이 광경을 목격했으니 다행한 일이었다. 바로 사진 찍어 사후조처를 부탁드렸다.

그리고 나머지 두 사람이 왔는데 가장 중요한 휴대가스를 안 가져왔다는 것...
집이 제일 가까운 내가 나서야 할 시간, 내 그럴 줄 알았어, 밖에 나가면 꼭 빼먹고 안 가져오는 것 때문에 몇 번씩이나 마트를 오락가락하는 모임으로 봐서...
아주 가까운 집이었지만 차 없이 걷자니 어찌나 덥고 멀던지 짜증이 확 솟았다, 그니까 사 먹으면 될 걸 왜 해 먹는다 해가지고 이 난리냐고!
그러고도 한번 더 집을 갔다 왔다는 것...(새로 산 슬리퍼 맨발에 신었다가 두 개의 발가락에 물집이 잡히고 결국 터졌다, 아프다ㅜㅜ)

허나 여러 부족한 상황였음에도 오랫동안 뭉근하게 끓여진 닭국물에 죽을 넣어 먹는 순간 모든 투덜거림은 사라졌다. 죽도 맛있고 닭고기도 쫄깃쫄깃, 한약 먹고 있어서 참아야 했는데도 아무 생각 없이 끝까지 먹고 말았다.

배가 부르고 달달한 커피도 마셨으니 이제 실무 회의를 할 시간.....

그렇게 오후 늦게까지 우리는 그 아지트에서 뜨거운 여름 한나절을 보냈다.
그리고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