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태안 해변길 (제1코스, 바라길, 약 12km): 학암포해수욕장~선두리해수욕장(2022.10.28.금)

 

신두사구 주차장에서 하룻밤 잤는데 어제 오후 도착해서 먹은 커피로 잠을 늦게까지 못잤는데 이상하게 몸은 가쁜하게 일어나졌다.

해서 아침에 치르는 모든 의식을 그대로 행한 후 길을 나섰다.
오늘 걷는 길은 해변길 첫코스인 '바라길'!
학암포해수욕장에 내 차를 세워두고 캠핑카를 신두사구에 세웠으니 거꾸로 걷기 시작, 홍배는 지난번 신두사구 입구에서 헤맨 경험을 얘기하느라 열을 올리고 있었다. 신두사구 입구에 제대로 된 팻말을 안 붙여놔서 그랬다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그래서 나는 그럴땐 전화를 해야지 저혼자 불만을 터트리면 문제가 해결되겠냐고 듣지도 않는 조언을 늘어놓고.....

신두리해수욕장은 모래사장이 어찌나 넓은 지 모래가 만 리에 걸쳐 있다는 만리포해수욕장은 저리가라였다.
그러니 펜션규모도 어마어마 하고 슈퍼도 많고 식당도 많고 심지어 소떡소떡이랑 아이스크림 파는 곳까지....
사구로 들어서니 거대한 사구들이 양대산맥을 이루고 있었고 사구 사이를 지나 산으로 들어서니 철지난 야생화들이 여기저기 즐비하게 피어 있었다.
도라지모시대, 용담, 산부추, 방울비짜루, 사철쑥, 가막살나무열매, 그리고 산국이 지천....

그렇게 산을 넘고 바다를 지나고 해수욕장을 지나 목적지 학암포까지 오는 동안 물론 식당은 없었고 만나는 사람도 없었다.
한가지 깨달은 사실 하나, 태안반도의 해변은 모래왕국이구나!
우리 서천은 썰물이 되면 갯뻘 천지인데 이곳은 하얀모래가 끝없이 이어지고 밀물이 되면 푸른바닷물이 출렁이는 따뜻한 서쪽나라구나....

학암포해수욕장에 도착해서는 내 차를 타고 다시 신두사구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홍배는 그곳에 맛있게 하는 해물칼국수집이 있다며 데리고 갔지만 태안에서 해물과 밀가루에 질려버린 나는 완강히 거부하며 황태해장국을 시켰는데, 아~~~이렇게 황태가 많이 들어있는 황태해장국은 처음, 완전 성공!
식당도 깨끗하고 반찬도 먹을 만하고...
그런데 식사 후 심각한 심리싸움이 있었다. 어제 봐둔 슈퍼에서 맛있는 소프트아이스크림을 팔길래 오늘 가서 먹어보겠다고 마음 먹은 나는 밥 먹자마자 그것을 먹으러가겠다했고 홍배는 그게 무슨 중요한 것이라고 아무데서나 하나 사먹으면 되지 거기까지 가느냐며 차를 안타고 혼자 걸어가겠다했다. 나는 그러거나말거나 내 차를 몰고 아이스크림을 사서 돌아왔는데 나중에 차에 탄 홍배는 내내 그 껀으로 나를 긁어댔다.

그렇게 냉냉한 분위기로 내 차를 타고 다음 코스 일부분을 걷게 되는 지점에 차를 세웠는데 아 놔 그때부터 나는 잠이 쏟아져 걸을 수가 없는 것...
해서 나는 차에서 잘 테니 홍배 혼자 걸어가서 캠핑카를 끌고 오라했더니 절대 안된다며, 다시 걷는 거리를 좁혀 차를 옮겼지만 역시나 나는 잠을 주체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불편한 내 차에서 구부려 잤고 홍배는 혼자 걸어 신두사구에 있는 캠핑카를 끌고 나 있는 곳으로 와 만리포해수욕장에 주차를 했다.
오늘밤은 여기에서 자게 된다.

오후가 되니 바닷가라 바람이 차고 추워졌다. 낙조는 구름에 가려 제대로 못봤고 해물이 진저리나서 저녁은 치킨과 맥주로....
기분좋게 마시고 돌아와 바로 잠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