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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이야기

큰아들 겨레 (2023.08.25.금)

지난 월요일, 미국 샌디에이고로 세미나 떠난다는 겨레.
하필 허리케인이 그것도 84년 만에 그것도 샌디에이고를 관통한다는 기상예보가 있다는 것....
샌프란시스코까지 가서 샌디에이고로  가는 비행기는 뜰지 말지 가봐야 한다며 일단 비행기에 탔다는 것....
그러잖아도 비행기 타는 것 싫어하는 앤 데 기상까지 애를 태우니 멀리서 기다리는 우리는 불안했다.

하지만 허리케인은 세력이 약화되어 무사히 샌디에이고에 도착했고 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오늘은 돌아오는 날!
그전에 한번 대전집 가서 청소를 해줘야지 생각했지만 연일 일정이 있어 가지 못하고 오늘 아침 갑자기 길을 나섰다.
톡을 해보니 오고 있는 중인데 도착은 오후 6시쯤이라 하니 청소하고 돌아올 시간은 충분했다.

겨레 집에 도착해 보니 과연 예상대로, 늘 보던 대로 방은 어질러 놓았고 화장실은 때와 곰팡이로 뒤덮였고 바닥은 온통 먼지와 머리카락이 수북하고....
역시나 늘 하던 대로 홍배는 방 청소를, 나는 화장실 청소를 했다.
좁은 방과 좁은 화장실 청소하는데 시간이 그리 많이 걸릴 수가 없다.
다 큰 자식인데 언제까지 이런 일을 해줘야 하나 하는 생각과 그냥 그대로 살라고 내버려 둘까 하는 생각 사이에서 결론은 없다.
땀이 줄줄 흐르고 팔은 힘이 빠져 때가 잘 빠지지도 않는다.
아침에 가볍게 먹고 나섰더니 배가 너무 고파 힘이 더 없었다.
근처 편의점 들러 컵라면, 바나나, 캔커피, 락스 사 와서 일단 배 채우고....
검은 때가 눌어붙은 세 곳에 락스를 부어놓았다, 변기통과 개수대와 제습기물통에....
마지막으로 빨래 널어놓고 집을 나왔다.

겨레는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대전으로 오고 있다는데 오면 함께 저녁을 먹고 갈까 했지만 컵라면 먹은 지 얼마 안 되어 배도 부르고 또 장시간 비행기 타고 온 애 시차적응도 해야 할 것 같아 그냥 서천으로 돌아왔다.

겨레는 과연 자기 집을 깨끗하게 치우며 사는 날이 올까?